비 오는 밤, 시장 끝자락에서 만난 망고 한 상자

ChatGPT Image 2026년 1월 14일 오전 11 18 26

비가 내리면 열대 지역의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진다. 습기가 옷에 들러붙고, 골목의 소음도 낮게 가라앉는다. 작년 소베 외곽의 작은 마을에 머물던 날이 딱 그랬다. 숙소 앞 도로는 진흙탕이 되었고, 저녁을 대충 때우려 시장으로 걸어 내려갔다가 우연히 망고 상인 하나를 만났다. 천막 아래에서 혼자 불을 켜두고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박스 하나에 담긴 망고 상태가 유독 좋아 보였다.

가격을 묻자 그는 축제 끝물이라 남은 물량이라고 했다. 관광객이 빠져나가면 이 동네는 다시 조용해지고, 그때부터는 현지 사람들만 먹는 과일이 시장에 나온다고. 반쯤 농담처럼 들렸지만, 그날 산 망고는 정말 달랐다. 껍질은 군데군데 까졌고 모양도 들쭉날쭉했지만, 칼을 대자 향이 먼저 올라왔다. 숙소 방에서 대충 씻어 썰어 먹으며, ‘망고는 원래 이런 맛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이후로 여행 일정이 잡히면 일부러 망고 철과 지역 축제 시기를 먼저 확인하게 됐다. 대형 축제도 좋지만, 끝나고 난 뒤의 공기와 시장 분위기가 더 궁금해졌다. 사람 없는 광장, 남은 현수막, 정리되지 않은 좌판들 사이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느낌 때문이다.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숙소 정보나 교통편보다, 어디서 어떤 망고를 먹었는지, 그 동네 사람들은 축제가 끝나면 뭘 하는지 같은 사소한 장면들이 자꾸 기억에 남았다.

요즘도 낯선 도시에서 시장을 보면 자동으로 과일 코너부터 훑어본다. 크기, 색, 가격표, 손님이 있는지 없는지. 그런 것들이 그 지역의 계절과 분위기를 제일 솔직하게 보여준다. 언젠가 다시 그 마을에 가면, 그 상인이 아직 장사를 하고 있을까. 이름도 모르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한 번씩 떠오른다. 그런 기억들을 잊지 않으려고, 그리고 비슷한 장면을 찾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이 기록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나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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